리하베스트는 푸드 업사이클링 전문기업이다. 버려지거나 저부가가치로 활용되던 부산물 업사이클링으로 친환경 식품을 만들고, F&B산업의 선순환구조를 만든다. 소셜벤처로는 흔치 않게 민간 대규모 투자유치에도 성공한 리하베스트는 식량자원의 불균형과 F&B산업의 부조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하루 500㎏씩 버려지는 미슐랭 식당의 역설
유엔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식량 생산 중 32%에 해당하는 약 13억t의 식량이 매년 버려지고 있다. 대부분 유통과 조리과정 혹은 보관 문제로 폐기되는 식량은 20억 명을 먹일 수 있는 막대한 양이다. 인간의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해 식량자원으로 불리지만, 현실에서 식량자원은 역설적이게도 빈부격차와 F&B산업의 부조리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버려지는 식량자원은 환경과 직결된다는 점에서도 주목해야 할 사회적 문제다. 실제로 식량의 폐기를 위해 투입되는 담수와 이로 인해 발생하는 메탄가스는 경제적 손실은 물론이고 환경오염 문제를 야기한다. 민명준 대표가 리하베스트를 창업한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민 대표의 고민은 우리나라 F&B산업뿐만 아니라 자원을 키우고 채취하고 대량생산하고 폐기하는 과정이 순환되지 못한다는 것에서 시작됐다. “컨설팅 회사에서 해외 출장을 다니며 대량으로 키우고 수확해서 폐기하는 방식, 즉 F&B산업의 1차원적 흐름이 문제라는 인식을 갖게 됐습니다. 2017년 아프리카, 일본, 프랑스를 방문했을 때 아프리카는 음식이 없어서 죽어가는데 일본의 미슐랭 2스타 식당에서는 하루에 500㎏씩 부산물이 버려진다는 것을 알았고요. 이 괴리감에서 ‘과연 식량의 빈부격차가 자본주의의 경제적인 차이에서 나오는 것일까? 본질적으로 F&B의 새로운 순환구조가 없어서일까?’ 하는 고민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민 대표의 고민은 식량자급률이 낮아 식품원료의 70%를 수입하는 데다가 11명 중 1명이 만성적인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우리나라 현실을 고민하는 데까지 이어졌다. 거듭된 고민 끝에 마침내 그는 연간 42만t의 부산물이 발생하고 대부분 환경부담금을 주고 폐기처리하는 맥주와 식혜의 부산물을 사업화하는 길에서 해답을 찾았다. “맥주는 맥아에서 가장 몸에 안 좋은 당과 탄수화물을 짜서 얻어낸 맥즙으로 만듭니다. 기존의 보리가 함유하고 있는 단백질이나 식이섬유를 간과하고 탄수화물만 빼서 만드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맥주를 만들고 남은 보리 부산물에 당은 아예 없고, 밀가루 대비 탄수화물이 30% 낮습니다. 또 단백질과 식이섬유 성분은 굉장히 많습니다. 참기름이나 소주, 햇반을 만들고 난 부산물들도 마찬가지예요.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굉장히 높은 이 부산물들을 활용하면 푸드 업사이클링에 대한 인식도 개선하고 사업성도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사랑의 새싹’ 검수 완료 스티커. 리하베스트는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들이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스티커를 부착하는 일자리 창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240번의 시행착오 끝에 찾은 기술
국내에서는 푸드 업사이클링이 아직 낯선 분야이지만, 미국이나 서구권에서는 유망산업이다.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버려지는 식빵이 맥주가 되는가 하면, 포도씨유를 짜고 남은 부산물은 단백질 파우더가 된다. 못생긴 바나나는 포타슘 원료가 되고, 저온착즙과정에서 나온 주스 찌꺼기는 그래놀라가 되기도 한다. 이처럼 획기적인 발상의 푸드 업사이클링은 유엔 SDGs(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지속가능개발확산기구)에서 먼저 식량 불균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치 있는 활동으로 권장하기 시작하면서 실제로 이것이 시발점이 되었다. 리하베스트는 2019년 창업 이후 에너지바인 리너지바, 리너지그래놀라, 리너지쉐이크를 차례로 출시했다. 기업 브랜딩을 위해 B2C 상품인 리너지바를 쇼케이스로 출시하면서 개별 소비자들에게는 리너지바가 잘 알려졌다. 하지만 리하베스트의 주력 제품은 B2B 상품인 리너지가루다. 맥주와 식혜를 만들고 남은 부산물을 재탄생시켜 ‘다시 에너지를 준다’는 의미를 담아 이름 붙인 리너지(Re+Energy)가루는 밀가루에 비해 단백질은 2.4배, 식이섬유는 20배가량 높아서 대체밀가루로도 의미가 큰 제품이다. 리너지가루는 세척, 탈수, 건조, 분쇄의 4단계를 거쳐 제조된다. 이때 각 공정별로 20개씩이나 되는 세부 프로세스가 적용될 만큼 까다로운 작업공정을 거친다. 또 리너지가루의 원물 자체가 젖어 있는 뜨거운 상태로 오기 때문에 75개 정도의 정밀제어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균이나 바이러스가 들어가지 않도록 미생물을 세밀하게 다루고, 우리나라 식품허가법에 맞게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리하베스트의 리너지가루 개발은 난제였다. 리너지가루 개발에 8개월이 소요되고, 180t의 부산물을 사용하며 시행착오를 240차례나 겪은 이유다. “개발 과정이 정말 힘들었지만, 안 된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하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리너지가루 1㎏ 생산에 11㎏의 탄소를 아낄 수 있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이뤄낼 수 있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소셜 임팩트는 매출입니다. 소셜벤처는 사회적 가치로 매출을 일으키지 않으면 임팩트가 없는 것과 다름없다고 생각해서 자립하는 소셜벤처가 되고자 온 힘을 쏟았습니다.”
소외된 이들과 함께라면 더 가치 있는 일
리너지의 의미는 단지 제품 이름에만 담긴 것이 아니다. 리하베스트는 만드는 사람, 먹는 사람, 소외계층 그리고 환경에도 리너지의 의미를 담아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리너지바 검수 과정에 발달장애인들을 참여시킨 것이 대표적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에서 하는 검수 작업에 발달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을 분기별로 40명씩 투입하면서 소외된 이들과 함께 좋은 일을 한다는 가치사슬을 만들어내고 있다. “발달장애인들과의 검수 작업은 저희 사업의 가치사슬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 제품의 주요 고객인 MZ세대는 이 스토리를 알게 돼 소비를 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또 발달장애인들 입장에서는 손을 많이 써야 뇌가 퇴화되지 않는데, 제품의 하자를 검사하고 16종의 검수 완료 스티커를 붙이고 소분해서 포장 완료하는 작업을 하는 행위 자체도 재미있어합니다. 더불어 환경보호도 할 수 있다고 무척 즐거워합니다.” 소셜벤처는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완벽한 제품을 출시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을 만도 했지만, 오히려 민 대표는 시장에 잘 맞는 제품인지를 중요한 기준으로 삼았다. 최소한의 기능성을 가진 MVP(Minimum Viable Product)로 시장이 요구하는 제품에 승부를 걸었고, PMF(Product Market Fit)가 곧 소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라고 믿었다. “소셜벤처는 되게 특이한 포지셔닝이에요. 소셜은 사회적인 가치를 이룩해야 한다는 의미이고 벤처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을 의미하니, 괴리감이 커질 수 있죠. 하지만 소셜벤처에겐 자립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비영리재단이 아닌 소셜벤처라면 매출을 만들어야 하고 소셜벤처로서 시장성에 잘 맞는 사업 모델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2022년 리하베스트는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으로 사업 모델 수출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인도네시아 정부와 리너지가루를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진행하고, 인도네시아 빈땅맥주와는 MOU를 체결해 또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까다로운 할랄인증을 통과한 고기만 먹어야 하는 무슬림이 80%를 차지하는 인도네시아는 대표적으로 영양 불균형이 심하고 식량의 빈부격차가 큰 나라다. 인도네시아 수출은 그런 의미에서 사회적 가치를 위해 한번 해보겠다는 의지가 관건이라며, 민 대표는 소비자들에게도 리너지 제품들에 대한 편견을 거두고 한번 시도해보겠다는 도전정신을 발휘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탄생된 보리로 만든 리너지 제품을 한번 먹어보겠다는 용기가 있어야 저희 제품을 이용할 수 있고, 그런 용기를 발휘해준다면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세상이 더 발전할 수 있습니다. 고객들이 생각보다 맛있다고, 또 제품을 만들어줘서 고맙다고 할 때 정말 뿌듯합니다. 그런 도전정신을 발휘해준다면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탄생되는 제품이 더 많이 늘어날 것입니다.”

민명준 대표는 대체 밀가루인 리너지가루를 개발하기 위해 40차례의 시행착오를 겪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출처]
박은주, "푸드 업사이클링으로 써낸 소셜벤처의 새로운 서사" , 월간 기업나라 1월호, 2022.0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