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까지 동원… 호텔·식당·급식업체의 ‘골칫거리’ 해결 나서
현미밥, 미역국, 제육 볶음, 시금치 나물 무침, 김치가 담긴 식판을 인공지능(AI) 기능이 탑재된 스캐너 아래 갖다 대면 1초 만에 화면에 밥·반찬 각각의 양이 그램(g) 단위로 표시되며 영양 성분과 칼로리가 산출된다. 밥을 먹은 후 식판을 다시 스캐너에 갖다 대자 반찬별로 남긴 양과 섭취한 칼로리가 나타났다. 급식 업체는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다음 배식 때 반찬별 제공량과 메뉴를 조정한다. 잔반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푸드 스캐너’를 개발한 스타트업 누비랩은 “이 시스템을 도입한 학교에서 잔반이 15~45% 정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며 “불필요한 음식 쓰레기를 줄여 비용도 아끼고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푸드스캐너로 잔반 체크… 맥주 찌꺼기 에너지바도 등장 식사 전 식판을 갖다 대면 음식량과 영양 정보를 알려주고, 식사 후엔 잔반량을 계산해 주는 ‘푸드 스캐너’ 시스템(위쪽 사진). 버리는 식품 부산물을 줄이기 위해, 맥주를 제조하고 남은 보리로 에너지바 같은 식품을 만들기도 한다.
/누비랩·오비맥주
급식 업체들과 식품 회사들이 음식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 스타트업의 신기술을 활용하고, 이전에 버리던 식재료 부산물을 가공하는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처리 비용을 줄이는 동시에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음식 쓰레기는 매일 1만t씩 나온다.
호텔, 식당의 골칫거리가 된 음식 쓰레기
음식 쓰레기는 주로 돼지 사료와 퇴비 등으로 사용된다. 2~3년 전만 해도 1㎏당 150원을 주면, 전문 수거 업체들이 잔반을 가져갔다. 하지만 2019년 아프리카돼지열병을 계기로 잔반을 사료로 사용하는 돼지 농가가 없어지면서, 음식 쓰레기 대부분을 땅에 매립하거나 소각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매립·소각 비용으로 인해 음식 쓰레기 처리 비용은 1㎏당 250~350원 수준까지 올랐다.
급식 업체와 외식 업체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음식 쓰레기 줄이기에 나섰다. 식당에 눈금이 달린 음식 쓰레기 수거 용기를 설치하고, 3D 스캐너와 AI를 활용한 부피 측정 기술을 활용해 정확한 배출량을 측정한다. 이렇게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잔반을 최소화하는 식단을 짜는 것이다. 음식 쓰레기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리코는 ‘업박스’라는 설루션을 활용해 음식 쓰레기 처리 과정과 배출량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삼성웰스토리, 신세계 푸드 등 대형 급식 업체와 맘스터치 식품공장, 파크하얏트호텔 등 600여 업장에서 업박스를 사용한다. 급식 업체 관계자는 “이 설루션을 통해 음식 쓰레기 배출량을 줄일 뿐 아니라, 저감된 온실가스양이나 절약한 물의 양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했다.
해외에서는 유통 과정에서 아예 식품의 부패를 막아 음식 쓰레기를 줄이는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어필 사이언스는 신선 식품에 적용할 수 있는 ‘식용 코팅막’을 개발했다. 농산물에 얇은 보호막을 입혀 산화 과정을 최대한 지연시킨다. 농산물의 껍질과 씨앗에서 추출한 지방질로 식물성 코팅제를 만들어 과일에 뿌리면 유통기한이 평균 2~4배 길어진다. 국내 스타트업 ‘뉴처’도 신선 식품 유통·보관 시 온도를 확인할 수 있는 콜드체인 안심 스티커를 개발했다.
맥주 만들고 남은 보리로 에너지바 만들어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식재료 부산물을 재가공하는 기술 개발도 활발하다. 식품 제조사들이 식품 가공을 하면서 생기는 식재료 부산물과 마트·시장에서 팔다가 남은 신선 식품은 지금까지 폐기 처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최근엔 버려지는 식재료로 다른 식품을 만드는 ‘푸드 업사이클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스타트업 리하베스트는 맥주를 제조할 때 생기는 보리 부산물을 가루로 만들어 대체 밀가루인 ‘리너지 가루’를 생산한다. 이 가루를 갖고 오비맥주와 에너지바인 ‘리너지바’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맛이 다른 에너지바 제품과 차이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올 1분기에만 6000만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오비맥주는 보리 부산물을 재활용하면서 환경 부담금을 절감하는 효과도 누린다. 국내에서 발생하는 맥주 부산물은 연간 43만t으로 맥주 회사들이 매년 내는 환경 부담금은 280억원에 이른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이승우 인턴기자(서울대 자율전공학부 졸업예정)
조선일보, url: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630125